김연수 작가는 살결의 질감을 확대하고 재해석하는 오브제 캔들 스튜디오 ‘Dustnroom’에서 밀랍과 실리콘을 주재료로 삼아 다양한 캔들 실루엣을 작업합니다. 이 오브제들은 실리콘 몰드를 통해 사출되어 밀랍 고유의 소프트한 질감과 광택을 유지하면서도, 섬세하게 조형된 프로토타입의 원초적 형상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 특징입니다.
김연수의 캔들은 인간의 신체와 동일시됩니다. 삶의 의지를 발하며 매일 늙어가는 인간의 뼈와 살은, 빛과 향을 발하며 녹아내리는 밀랍과 심지를 닮아있습니다. 영원할 수 없는 두 존재는 한시적으로 곧고 매끄러운, 그러나 언젠가는 구부러지고 무너져 내리는 살갗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코프 서울에서 김연수 작가는 실내 테이블에만 오를 수 있었던 기존 작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제한 없이 특별한 양초 상을 제작합니다. 대형 캔들 작업 ‘NINO(Nothing In Nothing Out)’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중앙의 오브제와 왼편의 동물형상, 그리고 맞은 편의 네거티브 조각으로 구성됩니다. 고대 주술적 우상(Idol)을 닮은 형상의 양손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뜨거운 태양을 향해 뻗은 반항이며, 캔들 주변으로 퍼지는 향기는 언젠가 맞이할 단 한 번의 타오름을 기다리는 필멸자의 운명을 암시합니다.